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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2023년 뜨겁게 달군 '재계 총수들의 말말말'

대기업 수장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는 기업집단과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변화 속에서 꺼내든 총수들의 단어들은 가벼운 농으로 둘러쌌지만 그 무게감만큼은 남달랐다. 2023년 재계를 뜨겁게 달군 ‘총수들의 말말말’을 짚어봤다. 이재용·정의선 경쟁사 언급하며 채찍질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의 1호 영업사원’으로 국내외 무대를 누볐다. 특히 취재진을 향해 캐논과 아이폰 등 경쟁사 제품들을 직설적으로 언급하며 홍보 최전선에서 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던 그는 ‘한국의 밤’ 행사에서 취재진을 보고서 “내가 직업병이 있어서 그러는데, 나를 찍는 사진이 다 캐논만 있네요”라는 농담을 건넸다. 삼성의 카메라도 좋은데 취재진이 대체로 경쟁사 캐논 제품을 쓴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이어 그는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을 오랜만에 봤는데 다 캐논 카메라만 사용하고 있어서 물어봤다”며 “동영상이 안 돼서 캐논만 쓴다고 하더러”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삼성의 스마트폰인 갤럭시가 아닌 ‘아이폰’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이 회장은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냐”고 물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 회장은 ‘1호 영업사원’인 만큼 삼성 제품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나타내곤 한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기자들에게 종종 “갤럭시를 쓰면 인터뷰를 할 텐데”라는 농을 던진 일화는 유명하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월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뜬금없이 ‘전자회사와의 경쟁’을 선포했다. 현대차그룹의 도전정신 DNA를 강조한 그는 치밀하고 꼼꼼함을 첨가해야 한다며 전자회사를 언급했다. 그는 “200~300개가량 들어가는 반도체가 레벨4 자율주행에서는 2000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제조회사지만, 전자회사보다 치밀하고 꼼꼼해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우리 기업문화에 전자회사의 치밀하고 꼼꼼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변화를 멈춘 문화는 쉽게 오염되고 깨어지기 마련”이라며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을 강조하며 채찍질을 가했다.그는 지난 7월 하반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80여명의 계열사 사장들에게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하지 말고 현재 환경에 부합하는 성공 방식을 만들어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예로 들며 “입단 1, 2년차의 신인 선수를 실력만 보고 중용한 롯데 자이언츠처럼 필요한 인재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로 발탁해 사업을 잘 진행시켜 달라”고 덧붙였다. 재치 있는 언변으로 호응 유도한 최태원·구광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부상을 언어유희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테니스를 치다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입은 그는 왼쪽 다리에 통깁스를 해야 했다. 깁스 상태로 그달 파리에서 열린 BIE 4차 경쟁 PT에 목발을 짚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PT 리셉션에서 건배사로 '행운을 빈다'는 뜻이 담긴 ‘브레이크 어 레그(Break a leg)’를 외치면서 “제가 파리로 오기 전 실제로 다리가 부러진 것이 세계엑스포 유치 준비를 하는 부산에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해 호응을 얻어냈다. 그리고 연말 인사를 통해 드러난 SK그룹의 세대교체를 중국 명나라의 격언집을 인용해 "장강의 앞 물결은 뒷 물결에 항상 밀려갑니다. 언젠가는 저도 앞 물결이 됩니다"라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우승의 기운을 고취시켰다. 11월 한국시리즈 1차전과 4, 5차전을 직관하며 LG 트윈스 선수단에 힘을 실어준 그는 ‘세계 최고’라는 표현을 쓰는 등 가슴 뭉클한 축하 멘트를 던졌다. 그는 “세계 최고의 무적 LG팬 여러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습니다”며 “2023년 챔피언은 LG 트윈스다. 무적 LG 파이팅”을 외쳐 팬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잠실구장에는 ‘구!광!모!’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LG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 화끈한 우승 할인 이벤트를 펼치며 성원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조 단위를 한참 뛰어넘는 ‘3경원’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사기 진작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다 사업의 잠재가치는 3경원이 넘는다”며 “HD현대는 이를 개척해 수익화하는 ‘근본적 대전환’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2.29 07:00
산업

세대교체 물결 속, 한화·SK·롯데 총수 최측근의 입지 변화

지난 3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수장 체제에서의 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총수 최측근들의 입지 변화는 세대교체 바람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조직 개편 및 쇄신은 미래를 대비하는 오너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한화, 후계자 조직 장악·경영 색깔 드러내는 방편 2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금춘수 한화 부회장이 지난 3월을 끝으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화그룹 전문경영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 있는 금춘수 부회장은 지주사 격인 한화의 사내이사와 지원부문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1978년 한화에 입사한 금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복심이라 할 정도로 오너가를 지척에서 보필해왔다. 2006년 한화그룹의 초대 경영실장을 맡은 그는 그룹 내 주요 보직을 거쳤다. 그는 삼성그룹과의 방위산업·화학부문 빅딜을 주도하는 등 굵직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18년 경영기획실 해체 이후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해온 그는 김승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 한화 대표이사에 오르며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오너가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금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경영 일선에서 내려왔다. 한화는 각자 대표이사 체제지만 그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한화를 대표는 금 부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둘이었다. 이번에 금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사실상 김 부회장의 단독 대표 체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금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지만 지원부문장 역할은 계속 맡을 전망이다. 한화의 관계자는 “금춘수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지만 지원 부문에서 해왔던 업무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후계자 세대교체와 맞물린 인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초고속 승진으로 지난해 부회장까지 오른 ‘김동관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김승연 회장이 꾸렸던 조직 라인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한화그룹은 후계자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아버지 세대의 조직라인이 자연스럽게 퇴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서 김동관 부회장이 후계자 조직을 서서히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후계자의 승진 속도를 보면 오너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며 “기존 조직라인이 그대로 있으면 조직을 장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제 자신의 경영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사람들을 내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SK·롯데, 조직 쇄신과 재정비로 구도 변화 SK그룹에도 변화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SK텔레콤 미등기 임원과 SK스퀘어 대표이사직에서 퇴임한 것이다. 사실 박정호 부회장은 그동안 최태원 회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인수합병 전문가인 그는 SK그룹 ‘정보통신기술(ICT) 연합’의 수장으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지난 2021년부터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스퀘어의 부회장으로 활동해온 그는 막강한 파워를 지니며 ‘2인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SK텔레콤 미등기 임원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SK스퀘어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며 이제 SK하이닉스만 집중하게 됐다. ‘반도체 한파’ 속에 SK하이닉스에 집중하라는 전략적 인사라고 볼 수 있지만 SK그룹의 힘의 재분배로도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오너가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한 만큼 보폭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최재원 부회장은 ‘글로벌 배터리’ 1위를 선언하는 등 SK온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룹 내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재원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이번의 조직 개편은 대외적으로 힘의 분산이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속적인 조직 쇄신 분위기 속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송용덕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1979년 호텔롯데의 원년 멤버이기도 한 그는 2020년 롯데지주 대표 이사 부회장을 맡는 등 신동빈 회장을 지척에서 모셨다. 그러나 후계자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부각되는 등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용퇴’를 결정했다. 공식 퇴임식도 가졌던 그는 현재 고문으로 물러난 상황이다. 지속적인 인적 쇄신을 강조하고 있는 롯데는 외부 인재 수혈과 조직 재정비 등으로 돌파구 마련을 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리더십과 외부에서 새로운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03 07:00
산업

'뉴롯데' 향한 조직 개편…신동빈의 선택과 집중 시작

롯데그룹이 ‘뉴롯데’를 향하는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계열사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등 사업 개편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는 인수합병, 흡수통합, 신규설립, 임원교체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개 계열사 사내이사, 3개는 대표이사 겸임13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계열사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7개 계열사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2022년 상반기 신 회장의 급여 수령액은 103억원으로 대기업 총수 중에 가장 많은 액수다. 롯데지주 42억4900만원, 롯데케미칼 19억1500만원 등을 받았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제과는 신 회장이 사내이사인 동시에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계열사다. 급여를 수령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외 신 회장은 캐논코리아의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까지 5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부터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다. FRL코리아는 신 회장이 부회장 시절 설립을 직접 주도했던 회사다. 2004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51%, 49%씩 지분을 출자해 FRL코리아를 세웠다. 신 회장은 2005년부터 FRL코리아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번에 등기이사에서 내려왔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아무래도 미래 사업을 위해 그룹이 집중해야 할 사업 위주로 업무를 재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캐논코리아 등 4곳이다. 유통 계열사는 롯데제과 한 곳이다. 롯데는 과거 ‘유통’ 중심에서 화학군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등 사업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신 회장이 가장 오랫동안 연임하고 있는 계열사는 롯데케미칼이다. 그룹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계열사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사내이사로 11회 연속 연임하고 있고, 2023년 3월까지 임기다. 보통 등기이사 임기가 2~3년이라면 적어도 22년 동안 사내이사 자리를 놓지 않았다는 의미다. 캐논코리아에서도 9회 연속으로 사내이사직을 연임하고 있다. ‘뉴롯데’ 향한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 재조정 롯데는 외부인사를 수혈하기 시작한 뒤 임원교체도 활발하다. 최근 신 회장이 공들여 데려온 것으로 알려진 배상민 롯데 디자인경영센터장도 지난달을 끝으로 롯데를 떠났다. 배상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2021년 9월 롯데가 그룹 사장단으로 영입한 첫 외부인사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초대 디자인경영센터장이기도 했던 배 교수는 1년 5개월 만에 사임했고,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배 교수를 중심으로 롯데는 5개팀 30여명으로 구성된 디자인경영센터를 꾸렸고, 그룹의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의 디자인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디자인과 관련해 방향성 등 초기 세팅을 마무리한 뒤 본업인 후임 양성을 위해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룹 수뇌부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배 교수가 지휘봉을 잡은 뒤 디자인적으로 내놓은 결과물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지난해까지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해시태그에 ‘롯데디자인센터’를 꼭 삽입했지만, 올해 게시물에는 이를 넣지 않았다. 롯데그룹과 카이스트의 협력은 계속해서 유지될 전망이다. 배 교수가 가교 역할을 했던 협력 사업이다. 지난해 롯데는 카이스트에 140억원을 출연하며 2025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롯데·카이스트 연구개발센터, 롯데·카이스트 디자인센터 건립을 약속한 바 있다. 롯데 측은 “카이스트와는 이미 산업적으로 협력이 된 사안이라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롯데를 향한 사업 재조정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달 신 회장은 롯데물산을 롯데지주 산하로 변경했다. 롯데물산은 원래 롯데그룹 호텔군(HQ)에 속해 있었다.롯데제과는 지난해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했다. 이에 롯데제과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롯데그룹은 미래 사업을 위한 신규설립으로 계열사 6개가 늘어났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90개다. 수소합작사인 롯데SK에너루트 외에도 롯데케미칼이 미래의 수소사업을 위해 3개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롯데칠성이 바이오 사업체의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2.14 07:00
산업

오너가 초고속 승진 이유...분쟁 사라지고 외아들로 후계 구도

주요 대기업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다. 오너가의 젊은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며 신사업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를 챙기는 등 역할이 커지고 있다. 승계 구도가 결정된 그룹에서는 후계자들의 초고속 승진이 눈에 띄고 있다. 승계 끝난 4대 그룹, 이재용·최성환만 승진 1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인사의 키워드로 30~40대 젊은 오너가 3·4세들의 약진이 꼽힌다. 한화그룹을 비롯해 GS, CJ, 코오롱 등은 오너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세대교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4대 그룹으로 한정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SK를 제외하면 오너가의 변동이 거의 없다. 삼성은 이재용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고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채웠다. 직급의 변동은 있지만 아직 대표이사나 등기 임원이 되지 않았다. SK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 직계는 큰 변동이 없다. 다만 SK그룹의 맏형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일가만 움직임이 있다. 최신원 전 회장이 퇴진했기 때문에 장남인 최성환이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정도다. 현대차, LG그룹의 경우 오너가의 내외부의 움직임이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승계를 마무리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후계자가 정해지거나 경영에 참여한 자녀들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 자녀들이 아직 어리고, 정의선 회장의 아들은 대학생 신분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4대 그룹의 경우 경영 승계가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라 오너가의 인사이동이 없다. 또 왕이 건재하지만 아직 ‘세자’가 책봉되지 않은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5대 그룹으로 넓혀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행보가 시선을 끌고 있다.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신유열 상무는 올해 5월 임원으로 승진하며 역할이 커졌다. 아직 연말 인사가 나지 않은 롯데그룹은 15일 이사회 이후 상세한 인사가 날 전망이다. 3·4세대 줄어든 경영권 분쟁, 후계자 초고속 승진 최근 3·4세 오너가는 부모 세대보다 초고속 승진이 이뤄지고 있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분석한 오너가의 임원 승진 속도는 1·2세대에 해당하는 부모세대는 임원 승진까지 5.1년이 소요됐다. 하지만 3·4세 자녀세대는 임원 승진까지 4.5년이 걸리고 있다. 3·4세 오너가의 사장 승진까지는 평균 41.3세에 13.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인의 경우 임원 승진까지 25년이 걸리고 사장단의 평균 나이가 58.8세에 달한다. 신유열 상무의 경우 2020년 입사했으니 임원 승진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후계자 구도가 정해진 한화그룹 3형제의 경우도 초고속 승진이 이뤄지고 있다. 1983년생인 장남 김동관은 2020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한화에 입사한 지 10년 만에 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채 되지 않아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한화그룹의 후계자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에서 1년 5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김동선 전무는 그룹의 유통·호텔·레저 부문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의 경우 1984년생 이규호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사장은 그룹 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별도로 만드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아무래도 오너가가 지휘봉을 잡아서 모빌리티 사업이 더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전 같은 형제간 경영 분쟁이 없고, 후계자가 일찌감치 결정되고 있는 점도 초고속 승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외아들 집안이 많아져서 후계 구도가 단순해진 측면도 있다. 오일선 소장은 “창업주에 이은 2세대에서는 형제간 권력 다툼이 심했다. 하지만 3·4세대 접어들면서 이런 경영권 분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현대중공업, 코오롱그룹의 총수의 경우 외아들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2.14 06:59
산업

신동빈, '맞수' 정용진의 디자인 마케팅 경쟁에 '맞불'

‘유통의 맞수’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최근 오너가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디자인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친환경 소재를 디자인에 접목하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핵인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야구·골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동빈 신발’ 친환경 소재로 MZ세대 공략 23일 롯데백화점은 4년 만에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며 근무하는 직원 유니폼을 4년여 만에 교체한다고 밝혔다. 유니폼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눈길을 끈다. 약 16만개에 달하는 페트병을 사용해 2만여벌의 유니폼을 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리젠을 적용한 친환경 유니폼이고, 실외 근무와 신체활동이 많은 점을 고려해 신축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니폼은 롯데가 지난해 9월 설립한 디자인경영센터의 첫 작품으로 보인다. 롯데는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선임하며 디자인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의 새 유니폼은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디자인경영센터가 설립된 이후의 1년 시간 동안 준비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기업이 담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가 관심을 기울이는 친환경에 집중했다. ‘친환경’ 소재에 대해 신동빈 회장도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신 회장은 평소 점잖은 이미지로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정용진 부회장과는 상반된다. 하지만 ‘신동빈 신발’이 부각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신동빈 신발은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제작된 친환경 아이템이다. 지난해 신 회장이 구찌 가옥 매장을 방문했을 때 착용했던 코트보다 이 친환경 신발이 더 주목받았다. 이 엘에이알(LAR) 스니커즈는 롯데케미칼이 주관하고 금호섬유공업 등이 참여한 친환경 프로젝트인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 루프’를 통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모던한 디자인과 편안한 착화감으로 인기를 모았고, 롯데의 자회사인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LAR과 함께 ‘지구 스니커즈 세븐일레븐 스페셜 에디션’을 단독 출시했다. 카이스트와의 협업으로 디자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롯데는 지난 8월 14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카이스트에 연구개발(R&D)센터와 디자인센터를 지어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다. 이 중심에는 배상민 센터장이 있다. 배 센터장이 소셜미디어에 롯데 경영진들의 행보를 알리면서 신 회장의 일거수일투족도 알려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3일 송용덕·이동우 부회장과 함께 롯데 월드타워 내에서 사무실을 확장 이전한 디자인경영센터를 손수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배 센터장은 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한 신 회장의 사진을 게재하며 “회장님, 부회장님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배 센터장은 지난 7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신 회장과 함께 야구를 관람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동양인 최초·최연소로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교수가 된 배 센터장은 신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데려온 국내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다. 그는 신 회장에게 “롯데의 디자인은 올드하고 조직적이지 않고 솔직히 별로”라고 직언을 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전체 디자인을 총괄하는 부서라 조직적인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 고릴라 캐릭터 앞세워 스포츠 마케팅 디자인 총수 중 소셜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야구·골프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SSG랜더스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야구단 마케팅을 본업인 유통에 맞게 디자인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지난 18일 포털 매체 소개글에 ‘인플루언서’가 더해진 자신의 프로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77만명이 넘어서는 ‘인싸’ 능력을 적극 발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기념한 SSG랜더스의 야구 점퍼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일 SSG랜더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직접 찾아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라이온즈파크를 방문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응원 단상까지 올라가 인사를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을 닮은 캐릭터 ‘제이릴라’ 골프복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달 출시한 제이릴라 골프웨어를 착용한 사진들도 소셜미디어에 선보였다. 골프 마니아인 정 부회장은 조만간 스타필드에 스크린골프장도 개점할 예정이다. 신세계건설이 ‘TGX(토탈 골프 익스피리언스)’라는 브랜드로 론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0.24 07:00
경제

포스코 지주사 전환 앞두고 시끌벅적 왜?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포스코가 시끌벅적하다. 오는 28일 지주사 전환이 결정될 임시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포스코 본사가 있는 포항시를 비롯해 노조와 소액주주들까지 물적분할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지주사 전환 중대재해법 회피 꼼수"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과 맞물려 더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을 때 처벌받는 법이다. 공교롭게 중대재해법 시행 다음 날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안건과 관련한 임시주총이 열릴 예정이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주사 전환으로 중대재해법을 피하려고 하는 꼼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신설법인)로 물적분할되는 게 골자다. 노조는 법인이 분리되면 지주사를 통해 경영은 계속 하되 포스코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법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이 구형된다. 여기서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이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 책임자로 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CEO들은 사고 책임자에서 쏙 빠져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지난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용역사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코크스공장에서 스팀배관 보온작업을 하던 용역사 직원 A 씨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최정우 회장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현재 사고대책반을 설치해 관계기관과 협조하며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발 방지 및 보상 등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라고 사과했다.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 약속에도 사고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10월에도 포항제철소 내에서 교통사고로 포스코 계열사 소속 직원이 사망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모든 업무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의 핵심가치이자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며 ‘안전’을 강조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포스코지회는 이번 끼임 사고와 관련해 “입사한 지 보름도 안 된 노동자를 안전지킴이 역할까지 겸직시켜 발생한 사고”라며 “2018년 이후 24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최정우 회장 임기 동안 2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국민연금은 찬성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기회" 지주사 전환은 최정우 회장의 ‘생존 승부수’로 꼽힌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첫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지주사를 통해 효율적인 미래 신사업 발굴과 그룹 사업·투자 관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 미래 가치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장기집권 수립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의심하는 이도 있다. 포스코지회는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해 장기집권 구조로 갈 가능성이 있다. 또 노사 관계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처럼 경영권 강화로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수장도 교체되는 ‘포스코 회장 잔혹사’에 시달려왔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전례에 따라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3월 대선 이후 교체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권 강화로 이를 방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지주사 전환은 임시주총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현재로써는 24일 9.7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 측은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기회 가능성과 함께 철강 자회사의 비상장 의지를 자회사 정관에 반영한 점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포스코 측은 과거에도 수차례 지주사 전환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시점이야말로 경영구조 재편에 최적기라는 이사회의 공감대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육성함은 물론 그룹 사업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는 “기존 회사들에 발생한 디스카운트 규모를 고려할 때 회사가 제시한 주주 친화 정책으로 주주 손해를 상쇄하기에 부족하다”며 소액주주들과 뜻을 함께하며 물적분할 반대 의견을 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26 07:01
경제

정치 발언 금기 깬 '삼성가', 대통령 선거 출마 '현대가'

최근 기업과 정치권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불 지핀 ‘멸공’ 논란은 정치적 공방으로 번졌다. 또 정치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화천대유 대장동 사건’에 끌어들였다. 어쩌면 기업가에게 필연적인 정치권과 연루된 사건들을 통해 삼성가와 현대가의 상반된 성향을 짚어봤다. 금기 깬 삼성가, 정치권과 갈등 20일 재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공방은 총수들의 정치적 발언 금기를 깬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인 ‘멸공’은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신세계에 대한 불매운동과 신세계그룹주 주가 급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어 대선 후보들이 진영의 논리로 활용하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옮겨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구입하면서 멸공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 ‘멸공 인증 릴레이’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당분간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이마트는 안 갈까 한다”고 저격했다. 멸공 논란이 가열되자 부담을 느낀 정치권도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측근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멸공 논란을 불러온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자제했으면 한다”며 “기업 주가가 떨어져 개미 투자자가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으로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지난 10일 정 부회장은 이마트 노조의 성명까지 나오자 더는 멸공 관련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8일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개선 토론회'에서 멸공 논란에 대해 “신세계그룹의 총수가 아니라 대표이사가 이런 일을 벌였다면 사전에 조치가 있었을 것이다. CEO를 넘어선 총수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신 발언도 정치적 공방을 일으켰다. 이 회장은 1995년 4월 출장차 방문했던 중국 베이징에서 주요 언론사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김영삼 정부를 겨냥해 “우리나라의 정치력은 4류, 행정력은 3류, 기업 능력은 2류”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이건희 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이 회장은 그해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며 검찰 조사를 받았다. 100억원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곤욕을 치른 이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선에도 출마…정치 참여 적극적인 현대가 삼성가와 달리 현대가는 정치 참여에 적극적이다. ‘왕회장’으로 불렸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폭로에 이은 대선 도전에서 현대가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992년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노태우 대통령까지 수십억 원의 정치자금을 상납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통일국민당을 창당한 정 명예회장은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그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1년 남짓한 정 명예회장의 정치 도전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제14대 대선에서 정 명예회장은 ‘아파트 반값’ 같은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지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정 명예회장은 1993년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김영삼 정권 때 정 명예회장은 대통령선거법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현대그룹 역시 검찰 수사 등에 시달려야 했다. 정 명예회장은 정치권에서 물러섰지만, 그는 1998년 대북사업으로 역량을 드러냈다. 직접 소 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했고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에 주력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에 힘을 보탰다. 정 명예회장의 정치적 꿈은 6남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게 투영됐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가에 정치인이 한 명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이사장을 점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1993년 미국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1988년 정 이사장은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 공천을 뿌리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금배지를 처음으로 달았다. 이후 내리 7선을 역임했다. 정 이사장은 1992년 대선 때 아버지의 선거캠프에서 정치적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는 1987년 현대중공업 회장직까지 올랐지만 정치적 야망을 위해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성공 신화에 힘입어 제16대 대선 후보로도 출마했다. 국민통합21당 대표로 출마했던 그는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와 단일후보 결정전에서 밀려 대선을 완주하지 못했다. 결국 노무현이 이회창 후보를 제압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정 이사장은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탠 격이 됐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문재인 정권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7월 정부의 ‘한국판 뉴딜’ 발표에서 ‘그린 뉴딜’ 대표로 나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비전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대차의 수소차·전기차와 관련해 “요즘 현대차, 수소차 부분은 내가 홍보모델”이라며 우호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가에게 ‘정경유착’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해외로 뻗어가며 투명해진 요즘 시대는 달라졌다”며 “재벌 1~2세대와 달리 3~4세대들은 역풍을 우려해서 정치적 성향과 발언에 더욱 조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21 07:01
경제

거침없는 직설화법, 뼈 때리는 채찍…총수들의 '2021 말말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이 가진 힘은 대단하다. 더군다나 대기업의 수장이 내뱉는 말 한 마디라면 그 무게감은 가히 압도적이다. 2021년 재계를 뜨겁게 달군 ‘총수들의 말말말’을 짚어봤다. 정용진·최태원, 자유분방한 SNS 소통 재벌 총수들은 대중에게 멀게 느껴졌던 존재였다. 하지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자유분방한 소통으로 이런 인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개인의 일상과 관심사는 물론이고 정치적 견해나 입장까지 가감 없이 밝히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70만명 이상의 팔로우를 지닌 ‘파워맨’인 만큼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말들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5월 25, 26일 우럭과 가재 요리 사진과 함께 올린 게시글이 오해를 샀다. 그는 “잘 가라 우럭아~네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고 고맙다", "가재야 잘 가라 미안하고 고맙다"고 적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연상시키면서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았던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애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작성한 바 있다. ‘반공 이슈’로도 화제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 11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산당이 싫어요’ 관련 게시글을 올렸다. 이날 인스타그램에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게재하며 “추신수 선수로부터 선물 받은 올스타 저지 자랑 좀 하겠습니다”라며 “난 콩 상당히 싫습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 부회장의 공산당 발언은 ‘신세계 불매운동’, ‘세무조사 가야죠’ 등의 반응이 나올 정도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 TV프로그램 ‘아이디어리그’에서도 패널로 참여하며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1월 16일 “출장 다녀오느라 바빠서 오랜만입니다. 말도 안되는 얘기들이 아무리 현란해 보여도 낙엽처럼 얼마 못가 사라지는 게 자연의 이치죠”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는 SK그룹의 ‘화천대유’ 관련 의혹들을 의식한 입장 표명에 가까웠다. 온라인상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의 실소유주가 최 회장이라고 주장하는 제기된 것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화천대유에 초기 자금을 대면서 SK 연루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송년 인터뷰에서 사회의 반기업 정서에 대해 “잘 모르면 기업인이 ‘뿔 달린 괴물’ 같은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며 직접 젊은 층과 소통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재용·신동빈, 뼈 있는 직언 통한 채찍 총수들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대외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회사의 임직원에게는 뼈 있는 직언, 사회 구성원에게는 변화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출소 후 해외 글로벌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11월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뒤 그는 취재진에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다. 5년 만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온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긴장감이 더해졌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는 2022년 삼성전자의 인사에 반영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기존 3개 부문의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이뤄진 세대교체로 ‘뉴삼성’ 구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코로나19로 유통·쇼핑·호텔 등 그룹의 주요 사업이 위기에 빠졌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 7월 사장단 회의에서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이 최악”이라며 혁신을 주문했다. 롯데는 팽배한 위기감에 순혈주의를 깨고 롯데쇼핑 총괄대표에 전 홈플러스 대표 김상현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 11월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2023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도약하겠다는 중기 비전을 발표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2.30 07:01
경제

LS 3기 '구자은호' 출범…장자 승계 지각변동 3세 경영 관심

LS그룹의 수장이 교체됐다. 10년 주기로 사촌 간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에 따라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LS그룹 경영권을 이양받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S가 예정대로 사촌 승계를 진행하면서 ‘LS 3기’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구자은 신임 LS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선임과 함께 9개 계열사의 수장을 교체하는 등 큰 변화를 줬다. LS 측은 “부사장 2명, 전무 6명, 상무 15명, 신규 이사 24명 등 총 47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장자 승계의 LG그룹 전통처럼 ‘범LG가’인 LS도 사촌 간 약속에 따라 수장이 바뀌고 있다. LS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인 구태회, 넷째 동생 구평회, 다섯째 동생 구두회 3형제가 2003년 독립해 세운 기업이다.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2003년 초대 회장을 맡았고, 이어 구자열 현 회장이 2012년부터 LS그룹을 이끌었다. 구자은 회장은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LS 지분도 구 씨 총수일가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외아들이라 지분이 많이 돌아간 데다 꾸준히 지분을 매입했던 구자은 회장은 3.63%를 소유한 LS의 대주주다. 구자열 현 회장보다 11살이나 어린 데다 미래혁신단장과 디지털 전환 총책을 맡아왔던 구자은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 3기에서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S전선 대표에 선임됐다. 구자철 예스코 회장의 장남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사촌·장자 승계 방식에 따르면 LS그룹의 4대 회장은 3세들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범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이 깨질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앞선 세대가 세운 장자 승계 원칙상 구자홍 회장의 장남 구본웅 포메이션 그룹 대표가 2031년부터 4대 회장에 취임 차례다. 그러나 구자홍 회장과 구본웅 대표는 LS그룹 경영에서 멀어지고 있다. 구자홍 회장은 지주사 LS 지분을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매도했다. 500억여원을 매각해 2.23%에서 0.06%로 지분 축소가 이뤄졌다. 예스코홀딩스의 지분도 전량 매도했다. 올해 2월 구자홍 회장과 구본웅 대표는 각 3.60%(21만5911주), 0.38%(2만2897주) 보유 주식 전량을 장외 매도하며 대주주의 지위를 포기했다. 이처럼 장남 구자홍 회장 일가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있는 모습이라 차남 구자엽 LS전선이사회의장의 장남 구본규 LS전선 대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본규 대표가 그룹의 주력 회사인 LS전선을 맡게 된 것도 새로운 경영 승계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1년 벤처 투자사를 설립한 구본웅 대표의 연이은 투자 실패가 그룹 경영권에서 멀어진 이유로 꼽힌다. 구본웅 대표가 투자한 해외 스타트업 기업에 예스코홀딩스도 수백억 원의 지분을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에 실패하면서 예스코홀딩스는 재무제표상 2018년 기준 순이익이 107억원에서 36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총수일가 간 복잡하게 얽힌 LS그룹이라 경영 투명화가 과제다. LS그룹은 총수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LS그룹은 2005년 12월 국내외 비철금속 거래 중개를 이유로 LS글로벌을 설립했다. LS의 총수일가 12명이 LS글로벌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LS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그룹 내 전선계열사의 주거래 품목인 전기동(동광석을 제련한 전선 원재료) 거래에 LS글로벌을 끼워 중간 이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몰아줘 200억원 이상의 일감을 지원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259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관련된 행정 소송이 진행된 가운데 1심에서 LS그룹이 일부 승소했지만, 여전히 법적 리스크에 놓여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1.29 07:00
경제

코오롱, 사건·사고로 얼룩진 이웅열 흔적 지우며 도약 준비

코오롱그룹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때 10위를 넘봤던 코오롱의 재계 순위는 40위까지 떨어졌다. 성장 정체로 고심이 깊었던 코오롱은 미래 성장동력을 수소로 꼽으며 역량 강화에 나섰다. 사건·사고로 얼룩졌던 코오롱의 이미지 쇄신이 세대교체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각종 비리 연루된 이웅열 흔적 지우기와 경영 승계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여전히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18년 이웅열 전 회장은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겠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천재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다. 이제는 플랫폼 사업이 중요할 것 같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된 데다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며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코오롱의 성장을 위해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 전 회장의 흔적이 코오롱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 전 회장이 ‘넷째 아들’이라며 애지중지했던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각인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 전 회장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구속은 피했지만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와 분식회계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주성분으로 신고한 연골 유래세포 대신 종양을 유발하는 신장세포로 인보사를 제조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 취소를 받은 상태다. 여기에 상속세 탈세 혐의에 대한 행정소송 1심도 진행되고 있다. 2016년 국세청은 특별 세무조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총 743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고, 이 전 회장에 대해 코오롱 계열사 주식 38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해 상속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로 고발했다. 이 전 회장의 퇴직금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은퇴 당시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이빨에 금이 간 듯하다. 그 특권도 다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총수 중 역대 3위 퇴직금을 챙겼다. 그는 모두 5곳(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글로텍·코오롱글로벌)에서 총 410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인보사’ 사태로 발목을 잡았던 코오롱생명과학에서도 32억20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재직 기간 8년으로 짧았던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무려 180억9000만원을 퇴직 소득을 얻었다. 코오롱은 지난 10월 그룹 임원 인사에서 신임 상무보 21명 중 18명을 40대로 선임했다. 40대 신임 임원 비중이 85% 넘으며 미래 성장을 위한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이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을 위한 임원 인사로 분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 승계는 아직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로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이 부사장은 계열사 지분이 전무하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이 전 회장은 지주사 코오롱의 지분 51.64%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0% 이상의 지주사 지분을 가진 이웅열 전 회장이 그룹의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영 승계 디딤돌 수소 밸류체인 완성 코오롱은 최근 실적 개선과 비전 제시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순손실 222억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코오롱은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힘입어 코로나19 사태에도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 4조8902억원에 영업이익 271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6월까지 매출 2조6592억원에 영업이익 1726억원으로 전반적인 실적 향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코오롱인더의 주가는 3만7400원에서 11만4500원으로 3배 이상 뛰어올랐다. 코오롱글로벌도 1만7700원에서 3만3650원으로 2배 치솟았다. 코오롱플라스틱은 4035원에서 지난 10월 2만3800원으로 5배 이상 뛰며 개인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코오롱이 제시한 수소 비전이 시장의 관심을 끌어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9월 코오롱은 수소 연료전지와 소재 부품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 수소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2030년 수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협의체인 15개 회원사에 포함된 코오롱은 2021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하며 수소사업 본격 행보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대기업의 주요 총수들만 모인 이 자리에 코오롱그룹의 4세 이규호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며 후계자 행보를 시작했다. 수소 밸류체인 완성은 경영 승계의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이 부사장이 수소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으며 경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은 2000년대 초부터 대한민국 수소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소재 개발과 수소경제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수소경제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원앤온리(One&Only) 소재 기술력으로 수소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학계 핵심 계열사가 수소 밸류체인 완성을 주도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코오롱플라스틱 등 4개사에 역량이 집중될 전망이다. 우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6년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기술 연구를 시작한 이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수분제어장치를 국내 최초로 양산했고 현대차 넥쏘에 공급하는 등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그린수소 생산사업, 코오롱글로택은 수소저장과 운송에 필요한 압력용기 사업, 코오롱플라스틱은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효율성 극대화하는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에 언제나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수소 사업이 코오롱그룹의 미래와 경영 승계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1.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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